미디어파인 2020.02.01 [미디어파인=임하은 기자의 직격인터뷰 : '소이프 스튜디오’ 고대현 대표] 꽃다운 나이라 불리는 열여덟,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의 꿈과 희망에 상징인 열여덟 나이에 홀로 외로이 세상에 첫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청춘들이 있다. 매년 약 2500명의 ‘보호종료아동’ 들은 냉혹한 현실과 부딪혀 보통의 열여덟의 아이들보다 빨리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 보호종료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법적으로 보호시설을 떠나 스스로 자립해야하는 청년들을 말한다. 사회의 무관심과 편견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의 자립을 돕는 기업이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기업 ‘소이프스튜디오’ 의 고대현 대표를 통해 우리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그들이 마주하는 세상을 들을 수 있었다. Q .내가 소개하는 ‘나’ 소개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소이프의 대표를 맡고 있는 고대현 입니다. 요즘에는 소이프 라는 저희 회사 이름으로 사람들을 계속 만나다 보니 제 자신을 소개하는 게 어렵네요. 저의 성향은 한없이 착하기만 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저희 직원들 말을 들어보면 때론 버럭도 잘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요. (웃음) 저희 회사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제가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바라보는 대상자가 보육시설 청소년들 그리고 보호가 종료된 보호종료아동들이다 보니 이들의 자립이 다른 사람의 후원이나 도움으로 자립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자립을 해야겠다는 것을 인식하는 그 작은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인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교육을 하는 디자인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Q . 소이프는 아동 양육시설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기업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기업인가요?저희는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업체나 기관의 홍보물이나 그래픽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과 함께 상품을 직접 디자인해 제조하고 판매까지 하는 디자인 회사로서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디자인 아카데미를 운영해 현재 시설에 지내고 있는 만 18세 미만의 고등학생 교육생을 1년에 한 번씩 선발해 포토샵, 일러스트 같은 디자인 프로그램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학원의 기초 과정 수준이 아니라 실무 과정으로 교육생들이 직접 참여해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지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을 하고 그 결과물을 상품에 적용시키는 프린트 기법까지 함께 교육하고 있습니다. 상품이 완성되면 홍보하기 위해서 제품 촬영이 필요한데, 이러한 전반적인 모든 과정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직업교육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시설을 퇴소한 보호종료아동들과 한 달에 한 번씩 ‘허들링 커뮤니티’라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립해 생활하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 요리라든지 집을 구할 때 부동산에 관한 필요한 정보라든지 인테리어 팁이라든지 다양한 정보를 배우고 친구들과 나누고 있는 모임이에요. 시설을 퇴소하면서 대부분 혼자 살아가게 되는 청년들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정서적 안정과 서로 간에 유대관계를 만들어주고자 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Q . 디자인 교육과 허들링 커뮤니티 이외에도 계획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요?올해 계획하고 있는 건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직업적으로 더 심화과정을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 관심 있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넓혀 주고자 포토그래퍼 과정과 영상미디어 과정 교육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 외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은 사회투자지원재단과 함께 힘을 모아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주거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도움이 될만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다른 사회적 기업인 명랑 캠페인, 브라더스 키퍼와 함께 ‘꽃길만’이라는 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확신시키는 캠페인으로 지속해 나가려고 합니다. 사실 고아원,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불리는 명칭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가 있어서 명칭을 변경하게 되었는데 변경 후에 오히려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모르게 된 분들이 많으세요. 그런데 이번 콘서트에 오신 분들은 보호종료아동을 위해 일하고 있는 분들과 기관에서도 오셨지만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펀딩에 참여한 분들이나 관심을 가지고 와주신 일반인분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았어요. 덕분에 콘서트 좌석은 만석이었죠. (웃음) 사회적기업 세 곳이 이렇게 힘을 모아 함께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로 좀 더 풀어갈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Q . 소이프라는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2014년에 서울 은평구 한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는데요. 벌써 6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네요. 한 달에 한 번씩 서울 여러 곳을 함께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사진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사진 출사를 나가는 봉사를 했었습니다. 사진 출사를 나가는 것 말고도 조금이라도 아이들과 더 시간을 보내려고 매주 한 차례씩 찍은 사진들을 보정하고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알려주었어요. 그걸로 매년 사진 에세이 집을 만들어서 발간을 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계속 함께 지내던 중학생이었던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자립을 앞두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문제들에 직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이미 시설을 퇴소한 친구들이 자립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만나면서 방황하기도 하고 많이 힘들어했어요. 방황하다가 범죄에 연루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 친구들이 자립 후 어떻게 살아가는지 현실을 알게 된 거죠. 당시 함께 봉사활동을 하던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분과 요가 강사로 활동하는 선생님 그리고 의상 디자인을 전공해서 저, 이렇게 셋이서 이 친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되었고 이러한 활동을 계속하려면 지속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어디서 수익을 창출해서 이 친구들에게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하다가 상품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판매를 하는 방법으로 도전하기로 결심해 2017년에 사회적기업 소이프라는 법인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Q . 소이프 브랜드에서 제작하는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저희 브랜드에서 제작하는 제품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패션 소품류입니다. 가방이라든지 티셔츠, 양말 같은 패션 소품류를 주로 하고 있고, 두 번째는 문구류인데 크리스마스카드, 감사카드 등이 있습니다. 소이프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을 학생들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데요. 제품 속 디자인이 표현된 부분에서 캐릭터라든가 자신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디자인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품이 판매되었을 때 1년에 한 번씩 정산을 해서 수익의 5%는 제품 개발에 참여한 친구들에게 자립할 때 꼭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통장에 저축을 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이 쉬운 부분은 아니에요. 캐릭터 하나를 만들 때도 자신의 얼굴을 관찰해 특징을 잡아내고 수십수백 번 그려야 해서 힘든 부분도 많죠. 하지만 이런 모든 과정을 잘 버티고 해낸 친구들에게 또 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앞으로 제품의 확장보다는 교육에 더 초점을 맞춰 앞서 말씀드린 포토그래퍼 과정이라든지 영상미디어 과정 교육을 강화해서 기업체나 기관에서 의뢰가 들어왔을 때 이 학생들이 직접 작업하고 납품하면서 실무 경험과 더불어 전문화된 진로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 앞으로의 계획,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앞으로 계획은 실습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해 아이들이 더 다양한 체험을 하고 교육이 훈련되는 과정에 집중될 수 있도록 좀 더 넓은 공간을 마련하는 게 목표입니다. 사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기자재가 있는데 공간 여유가 없어서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래서 자유롭게 사용하고 경험하면서 그 경험들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장기적인으로는 지금 저희와 함께하고 있는 보호종료아동 중에서 책임감 있는 성실한 친구들에게 소이프의 임원과 대표의 자리를 물려주고 싶습니다. 사실 누군가의 자립은 단순히 취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거대한 벽 앞에 무너지게 되는 순간을 극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보호종료아동 당사자가 보호종료아동 후배들과 자신들을 위해서 도움을 주고 일할 수 있는 그런 회사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Q. 일반분들이 보호종료아동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빌더’ 라는 정기구독 회원 서비스가 있는데요. 한 달에 한 번씩 빌더 회원분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어떤 교육을 했고 허들링 커뮤니티에서 어떤 것을 했는지 저희가 어떤 일들을 해오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뉴스레터를 매달 발행하고 있습니다. 회원가입 후 매달 정해진 희망 금액으로 회비를 납부해주시면 저희는 이 비용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발송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럼 빌더 회원분들이 가장 먼저 시제품을 받아보게 되는데요. 제품을 입어보거나 사용후 피드백 주시는 다양한 의견을 받아 양산 제품을 만듭니다. 시장조사 차원이기도 하고 또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만드는 자리이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자기가 참여한 디자인이 상품으로 나오는 걸 직접 눈으로 보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굉장히 좋아해요.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자신의 잘못으로 이 친구들이 시설에 맡겨지는 게 아니고 자신의 잘못으로 부모님이 안 계시는 게 아닌데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이 친구들에 대한 편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친구들이 자신이 보호종료아동이라는 것이 알려지는 걸 굉장히 두려워해요.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알게 될까 봐 말도 못 하고 혹시나 알려지게 되면 굉장히 좌절하고 힘들어해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까지 있어요. 그렇다는 건 아직 우리가 이 친구들에게 가지고 있는 인식이나 시선이 따뜻하지 못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완벽하고 좋은 친구들만 있는 건 아니에요. 부족한 부분이 있고 때때로 나쁜 아이들도 있지만 그건 어디나 똑같은 것 같아요. 조금만 응원을 해주면 얼마든지 잘 성장해서 자립할 수 있는 친구들이니 지금 나의 자녀, 우리 아이들과 똑같다고 생각해 주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임하은 기자 apple_haeun@naver.com 원문보기 >> http://www.mediaf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