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데일리 2019-06-15 물질적 후원 아닌 교육 통해 자립 유도…발생한 수익을 교육에 재투자 ▲ 소이프스튜디오는 보육 시설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물질적인 후원이 아닌 교육을 통해 직업을 갖게 해줌으로써 사회적,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사진은 소이프스튜디오 임직원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보육 시설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깊은 상처를 안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남의 도움을 받는 일이 많다보니 수동적인 삶의 타성에 젖게 되고 사회에서도 적응을 하지 못한 채 남에게서 받는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죠. 그들에게는 금전 등 물질적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좋은 ‘후원’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약자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통한 후원이라고 대부분 생각하기 쉽다. 금전적 후원은 그들을 돕는 간편한 방법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도움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더욱 고립시키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대두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직접 도움을 주기 보다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나선 단체가 있다. ‘너의 두 발로 일어서라(Stand on Your Feet, SOIF)’는 기치 아래 보육 시설 청소년들의 자립을 돕고 있는 소이프스튜디오(이하·소이프)다. 소이프는 디자인 교육 및 기초 교양 교육을 통해 보육 시설 청소년들이 퇴소 후에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데 목표를 둔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자립의 토대를 마련해 주고 있는 ‘따뜻한 어른’ 고대현(남) 대표, 김미주(여) 교육팀장, 손병오(남) 디자이너, 백원주(여) 디자이너와 감동적인 만남을 가졌다. 봉사활동에서 시작한 소이프…준비 없이 사회 나가는 청소년 안타까워 소이프는 보육청소년들의 자립을 돕는 디자인회사다. 기업 등에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디자인 제품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본업을 통해 발생한 수입을 통해 보육시설 청소년들에게 디자인 교육을 하고 있으며 매출의 3%는 따로 떼어 디딤 씨앗 저축을 하고 있다. 고대현 대표는 오랜 기간 보육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봉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생각을 가지게 됐다. 특히 별다른 준비 없이 보육 시설을 퇴소하는 아이들과 이후 순탄치 않은 삶을 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내가 할 수 일이 없을까’ 하고 곰곰이 궁리를 하게 됐다. “2014년부터 은평구의 보육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해왔어요. 아이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출사를 다니는 활동을 했죠.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은 즐거웠지만 보육 시설을 퇴소한 후 방황을 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면서 마음이 아팠죠. 만 18세가 되면 보육 시설을 퇴소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사회에 나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거예요. 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소이프를 창업하게 됐죠” 김미주 팀장은 고대현 대표와 함께 소이프를 함께 창업한 공동창업주로 현재 보육시설 청소년들의 교육을 총괄하고 있다. 디자인 등 직업교육 외에도 사회에 나가서 필수적인 소양을 쌓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김 팀장의 역할이다. ▲ 소이프스튜디오는 보육 시설 청소년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바탕으로 상품화 작업까지 전개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상품을 제작함과 동시에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동기까지 마련해 주고 있다. 사진은 고대현 대표가 보육시설 청소년을 교육하고 있는 모습. [사진=소이프스튜디오] “고대현 대표와 봉사활동을 통해서 인연을 맺게 됐어요. 직접 아이들을 만나보니 생각보다 너무 예쁘고 밝았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고대현 대표가 창업을 제안해서 함께 소이프를 설립하게 됐죠. 현재 7명의 아이들이 월요일과 수요일에 소이프를 방문해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 디자인 수업을 받고 있어요. 저는 교육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고 영어 수업 등 교양 과정도 직접 진행하고 있어요” 소이프는 보육시설 청소년 교육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고대현 대표는 보육시설에서 사회로 나간 청소년들과 지속적인 인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들의 취업을 돕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육시설은 나온 이후 이들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에요. 어렵고 힘들게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그래서 허슬커뮤니티라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어요. 보육시설을 나와 사회에 진입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요리, 경제 등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죠. 또 다양한 회사에 이들을 추천하는 등 취업 활동도 돕고 있어요” 소이프는 보육시설 청소년들이 디자인 교육 등을 통해 직업을 갖고 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선순환을 꿈꾸고 있다. 백원수 디자이너는 본인이 소이프의 비전이 실현된 사례라고 밝혔다. “저는 보육시설에서 소이프와 인연을 맺게 됐어요. 당시 소이프에서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재미있게 배웠어요. 특성화 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실습을 소이프로 나가게 됐고 취업까지 하게 됐어요. 현재 저는 보육시설 아이들에게 포토샵 등을 가르치고 있어요” 교육의 결과물을 상품화…“자립 청소년 선순환 이끌고 싶어” 소이프는 청소년들이 수업을 통해 만든 디자인을 상품화하는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손병오 디자이너는 청소년들의 디자인 결과물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가 공부한 디자인을 통해 돈을 버는 것보다 이를 통해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소이프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죠. 지금은 보육시설 아이들이 교육을 받으며 만든 디자인을 가지고 상품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시각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아이디어는 정말 신선해요. 상품화를 위해 아이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이들의 노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고민도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죠” 김미주 팀장은 소이프가 교육을 통한 자립 선순환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토로했다. 특히 교육 도중 포기하는 아이들이 생기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 소이프스튜디오는 7명에서 10명의 보육시설 청소년들에게 1년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디자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어 등 기초 교양을 가르치며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고대현 대표, 김미주 교육팀장, 손병오 디자이너 ⓒ스카이데일리 “저희 마음처럼 아이들이 따라오지 않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프죠. 주변에서 공부하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공부에 대한 습관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상황이죠. 그렇다 보니 정해진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과제도 미흡해요. 특히 중간에 포기하고 나가는 아이들이 발생하면 ‘아이들 마음이 우리 같지 않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안타깝죠” 고대현 대표는 물질적인 후원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누군가에게 수동적으로 받는 데 익숙하고 그것으로 큰 아쉬움 없이 생활하다 보니 자립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육시설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타인의 도움으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노력하지 않아도 얻어지니 자립하고 나서도 일을 하지 않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런 인식들이 보육시설 아이들의 자립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봐요” 백원수 디자이너 역시 보육시설 청소년들이 수동적인 삶에 익숙해져 있다고 전했다. 노력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보육원에 있을 당시에도 물질적으로 후원하는 사람들을 좋아했지 교육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그리 좋아하지 않았어요. 노력 없이 받는 것에 익숙해진 탓이죠. 현재 친구들 대부분이 기초생활 수급자로 생활하고 있어요. 가끔 부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소이프는 교육대상자의 인식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대현 대표는 교육을 통해 보육시설 청소년 뿐 만 아니라 회사도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립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도 후원을 통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저희 매출을 이용해 교육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의 디자인을 통해 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고 회사와 함께 자립을 위해 걸어간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소이프는 후원의 종류가 물질적 기부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자립의 선순환을 통해 받기만 하던 삶에서 나눠 주는 삶으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후원을 끝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후원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물질적인 후원보다 수혜자에게 적합한 후원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하죠. 무엇보다도 교육 역시 좋은 후원 방법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저희의 꿈은 10년 후 소이프의 교육을 받아 자립에 성공한 청년들이 후배들을 위해 재능을 나눠주고 그런 나눔의 선순환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죠”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조성우기자(jsw5655@skyedaily.com) 원문 >> http://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85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