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부터 시작된 소이프 디자인 아카데미는 한여름 더위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치열하게 달려왔습니다.대학에서 미술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보호종료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조용하지만 꿋꿋하게 열심인 고2 소녀 비또(닉네임)를 만났습니다. 비또? 무슨 뜻일까요? 2년 반 전 카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들어간 후 받은 세례명 '비비안나'와 친구들 사이에서 다소 엉뚱하고 4차원이라는 뜻의 '또라*'를 합쳐 '비또'로 정했다네요. 1 비또는 중학교 3학년 때 시설로 왔다고 했는데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저에겐 부모님과 언니 둘이 있어요. 큰언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폭력적이었어요. 이유도 모르고 많이 맞았고 뜨거운 물을 얼굴에 붓기도 하고 추운 겨울 밖으로 내쫓아 5-6시간을 떨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큰언니가 부모님을 아동 방임으로 신고하였고, 그래서 우리 세 자매는 뿔뿔이 시설로 보내지게 되었어요. 저는 지금도 부모님이 우리를 방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부모님도 감당하기 힘들었던 큰언니의 폭언과 폭력, 그리고 무슨 일이라도 하기 위해 가끔 집을 비우셨던거라고.. 2 부모님, 언니들과 연락은 하고 지내나요? 작은 언니는 지적장애가 있어 관련 시설에 있고, 아마 앞으로도 시설에 있을 거 같아요. 큰언니의 연락처는 모르지만 지금은 연락하고 싶지 않아요. 일정한 거처가 없고 몸이 아프신 부모님과는 문자로 안부를 확인하고 작년 추석에는 임시로 머물고 계신 숙박업소에서 뵙고 왔어요.엄마는 밥을 못 먹었다, 생리대가 없다며 한 달에 2-3번씩 저에게 연락해요. 그러면 선물로 받은 기프티콘을 보내거나 햄버거 쿠폰을 보내드려요. 저의 한 달 용돈은 시설에서 나오는 3만원과 구청에서 주는 3만원, 6만원이 전부라서 가끔은 짜증날 때도 있지만 '엄마가 얼마나 배고프면..' 하는 생각에 보내드리는 것이 제 마음이 더 편하더라구요. 3 요즘 비또에게 위로, 즐거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봤었던 애니메이션 '슈가슈가 룬'에 빠졌어요. 마계에서 여왕이 되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와 사랑을 얻기위한 경쟁을 벌이는 이야기예요. 사랑의 크기에 따라 색깔이 변화되는 부분이 있는데, 수치화 할 수 없는 감정이 색깔로 보여지는 게 좋아요.폴라로이드 카메라도 너무 좋아요. 찍고 싶은 것을 찍으면 바로 예쁘게 나오고.. 그리고 해바라기! 지난 5월 씨를 심었는데 이렇게 예쁘게 자랐어요. (본인이 직접 심고 가꾼 해바라기를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해맑게 웃습니다. 한여름의 쨍한 햇살 같은 해바라기와 비또의 웃음이 많이 닮아 있습니다) 4 디자인 아카데미에 매우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데 디자인하는 게 즐거운가요? 소이프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1시간 30분이 걸리지만 오는 길이 너무 신나요.과제를 나름 열심히 하지만 대학생 언니 오빠들 것을 보면 저의 부족한 부분이 보여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기도 하고.. 지난해에는 '소이프 GTQ 자격증 취득 과정'을 통해 1급 자격증도 땄어요. 올해는 '나를 브랜딩하라'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 재밌었어요.중3 때 담임선생님께서 디자인 특성화고를 가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가게 되었는데 해보니 제게 너무 잘맞는 거예요. 그때 그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죠. 지금은 디자인 대학 진학의 꿈을 꾸고 있어요. 내신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실기 연습도 더 많이 해야 해요. 5 앞으로의 계획은 대학진학을 위한 열공이겠네요? 2년 뒤면 대학도 가야하고 장학금도 받아야 하고.. 겨울방학에는 학원도 다녀야 하는데 학원비도 걱정이지만 열심히 하려고요. 보호종료가 되면 자립 지원금으로 살 곳을 정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살고 싶어요. 집을 알아보는 것이 너무 막막했는데 소이프에서 함께 도와주신다고 하셔서 얼마나 큰 짐이 덜어졌는지 몰라요.대학 진학을 위한 미술 학원비 마련도 걱정되고, 몸이 불편하신 부모님과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작은 언니를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안고 있는 비또. 하지만 저희 소이프는 이 작은 소녀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마음속 깊이 간직한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껏 그리며,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기고 스스로 보호하면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비또’가 성장하고 강해져서 부모님과 언니, 다른 사람들을 보살필 수 있는 힘이 생기길 바랍니다.